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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도쿄여행기

[도쿄 여행기] 5. 안녕 도쿄

[도쿄역, 인천]



 체크인이 열시여서 약간은 부산하게 짐을 쌌다. 급하게 짐을 쌀 때가 돼서야 어지럽혀지지 않은 숙소 사진을 한 장 찍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대충 쓰레기만 줍고 이불만 갈무리하고 환기 정도만 시키고 급하게 나왔는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주인이 방을 아주 깨끗하게 써 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역시 일본인들의 친절함이란...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도쿄역으로 향했다. 지난 4일간은 플랫폼이나 지하철 내부 같은 것은 딱히 촬영하지 않았다. 그냥 이동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날이 되니 내일부터는 탈 일 없는 것들이라 그런가, 괜히 사진을 찍게 되었다.

 도쿄역까지 가는 야마노테센은 너무 빨랐다. 평소면 훨씬 더 오래 걸렸을법한 거리인데, 10분 정도 지난 것 같았는데 도쿄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마지막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도쿄역 지하로 내려갔다. 한국에서 동서울 터미널에 들렀을 때, 식당 두세 곳에서 끔찍한 퀄리티를 경험하고 나서, 터미널 근처 식당은 딱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수준의 음식을 판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값은 다른 곳보다 지나치게 비싼데, 맛은 다른 곳보다 지나치게 없었다. 주로 패스트푸드를 먹거나 편의점 음식을 먹거나 했었다. 그런 것들은 어느 매장이나 맛이 비교적 균일하게 나오니까.

 그런데 도쿄역 지하의 초밥집은 그런 공식은 동서울 터미널에서만 통용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심지어 어제 아키하바라에서 먹었던 회전초밥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터미널 음식점인데도! 연어는 아키하바라의 매장이 더 나았지만, 고등어는 이곳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외국인이 많이 거쳐가는 도쿄역이라서 그런지, 일본어를 못하는 관광객들을 배려한 주문 시스템이 인상 깊었다. 태블릿을 하나씩 받고, 거기에 대고 주문을 하면 앞에 있는 요리사가 초밥을 바로바로 만들어 주고, 다 먹으면 태블릿을 들고 계산대로 가서 돈을 내는 방식이었는데, 정말 일본어를 한 마디도 못해도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고, 먹고, 계산까지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적재적소에 기술의 접목... 무언가 일본스러운 구석이 있는 듯도 했다. 어쨌든, 일본에서의 마지막 끼니는 그렇게 맛있게 해결했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버스도 야마노테센만큼이나 빨랐다. 오늘 같은 날은 그렇게 안 빨라도 되는데... 남은 시간은 공항 스타벅스에서 때웠다. 한국에는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숏 사이즈가 있어서 신기했다. 면세점에서 산 도쿄 바나나와 로이스 초콜릿. 마지막 남은 일본 돈을 출국장에서 남김없이 털어냈다. 다른 사람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는 순간은, 여행의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면서, 또 여행이 끝난 뒤의 삶을 자연스럽게 준비하면서, 여행을 정리하는 그런 순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비행기에 오르고, 2시간 반 여 시간을 비행해서 한국에 다시 내렸다. 네, 꼭 다시 올게요!


2016년 초에 다녀온 도쿄 여행기입니다.


0. 여행이 찾아왔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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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느 관광객들처럼? [요츠야, 아사쿠사, 오다이바]

4. 하비 샵의 성지로 [아키하바라]

5. 안녕 도쿄 [도쿄역, 인천]

6. 여행에서 돌아온지 일주일 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