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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도쿄여행기

[도쿄 여행기] 0. 여행이 찾아왔다


 정말 문득 예매한 비행기표였다. 기말고사 기간이었나. 시험의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했던 행동 같은데, 밤을 새우던 새벽 열람실에서, 갑자기 친구와 카톡으로 일본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2월에 출발하는 도쿄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두 달 전이면 일반적인 비행기표 예매 날짜보다는 늦게 하는 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도 두 달 뒤는 너무나 막연하게 느껴졌다. '언젠가는 일본에 가는 날이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압박감을 주던 시험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숨 막히던 학교를 떠난 일상은 물 흐르듯 평온했고, 그런 일상에 자연히 몸을 맡기니 별 생각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맥북에 메일 도착 알림이 떴다. 발신자의 이름은 뜬금없게도 일본인이었다. 번쩍 정신이 들어서 열어본 메일함에는, 숙소를 예약한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메세지가 도착해 있었다. 일본 여행을 오기 2주 전에 보내는 메일이라는 내용, 그리고 숙소에 가는 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여행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은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러다간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정말 어이없게도 캐리어가 없었다. 본가에 있는 초대형 캐리어는 한 달 짜리 유럽 여행에나 적합해 보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았달까. 작은 캐리어를 주문했다. 설 연휴가 겹쳐 출국 전 주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수속을 하는 과정이나, 숙소까지 가려면 나리타 공항에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지, 심지어 어느 날에 어디를 가야 할 지까지 전혀 계획이 없었다. 귀찮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유여행을 만끽하기 위해서인지, 너무 계획을 타이트하게 짜지는 않았다. 4박 5일간 먹어야 할 것, 가야 할 곳, 이런 것들 정도만 정해두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생 첫 자유여행의 계획은 이렇게나 두서가 없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행 동선은 전날 저녁, 혹은 다음날 아침에 짜여졌다. 이렇게나 무계획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돌아놓고 보니 후회없는 여행이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흔한 자유여행의 모습인지. 어쨌거나, 정말 인상깊었던 5일간의 도쿄 여행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2016년 초에 다녀온 도쿄 여행기입니다.


0. 여행이 찾아왔다 [출발]

1. 오길 정말 잘 했어 [산겐자야, 시부야]

2.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케부쿠로, 키치조지]

3. 여느 관광객들처럼? [요츠야, 아사쿠사, 오다이바]

4. 하비 샵의 성지로 [아키하바라]

5. 안녕 도쿄 [도쿄역, 인천]

6. 여행에서 돌아온지 일주일 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