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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음식

일본식 가정식 식당, 잠실 "쥰 쇼쿠도"

뜬금없는 코너에서 등장하는 식당


 일식이라 하면 스시나 가츠동같은, 뭔가 한 가지의 요리를 먹곤 했는데, 일본식 가정식이라는 표현은 나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이 집을 소개해준 친구는 산책을 하다가 정말 뜬금없게 발견한 집이라고 했다. 왜 뜬금없이 발견했다고 표현한 것인지 식당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납득할 수 있었다. 들어가는 동안 본 것은 번화가를 뒤로 한 채 펼쳐지는 불 꺼진 빌라촌, 야채 파는 트럭, 텅 빈 공원이었다. 이런 원룸촌 사이에 맛집이 있다니... 하며 한참을 걸어 들어가다보니, 정말로 식당이 나왔다.

 어울리지 않는 세븐일레븐과 주택보수 가게 사이로 완연한 일본 선술집 같은 외관의 쥰 쇼쿠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너무나 한국스러운 가게 사이에 일본스러운 가게가 들어서 있는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문 하나만 열고 들어갔을 뿐인데 순간 한국의 거리에서 고독한 미식가나 심야식당 같은, 일본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식당의 전경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거의 대부분 2인 협탁, 그리고 자리마다는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홀로 혹은 둘이 가서 식사하기 괜찮은 사이즈였다. 일행이 꽤 많았기 때문에 서로 겹치지 않게 메뉴를 시켜 나눠먹기로 했다.




 메뉴가 다양해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일이었다. 장고 끝에 부타야끼니꾸동을 시켰다. 음식이 나오고 느낀 것은, 기본적인 상차림이 정갈한 동시에 알찬 느낌을 풍겼다는 것이다. 작은 쟁반 위에 반찬 두어 가지와 국물, 그리고 그릇에 예쁘게 담긴 메인 메뉴가 옹기종기 올라 있는 모습이 꽉 찬 것 같은 인상을 주어서 좋았다. 고기는 윤기가 자르르하지만 너무 기름지지는 않았고, 양념도 적당히 간이 맞았다. 무엇보다 제일 맘에 드는 것은 덮밥에 딱 어울리는 꼬들꼬들한 밥이었다. 일식의 밥은 꼬들거리는 것이 정석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집의 밥 정도면 딱 내가 원하는 정도일 것 같았다.



 일행이 시킨 가츠동. 계란이 적당히 반숙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 방문에는 가츠동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럿이 나눠먹으려고 시켜본 가라아게. 약간 짭쪼롬한 것이 맨입으로 먹기는 애매했다. 딱 술을 부르는 맛이었다. 

 전날 저녁을 돈부리, 술자리는 이자카야, 그리고 식사 전 점심으로 우동까지 일식 3연타 식사를 하고 4연타째도 일식을 먹게 된 것이었는데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어서 그런지 전혀 물리지 않았다. 그만큼 맛이 좋았고, 질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