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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음식

최고의 돈까스 맛집, 건대 "장수 왕족발 분식"

간판에 족발이 적혀있는데 족발은 안판다


 돈까스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런 것 같다. 기호의 차이는 있을 수도 있다. 바삭하게 튀긴 것을 가지런히 썰어서 체에 받쳐서 나오는 것을 소스에 찍어서 먹는 일식 돈까스거나, 아니면 덩어리째로 튀겨서 소스를 끼얹어 나오는 것을 포크와 나이프로 슥슥 썰어 먹는 한국식 돈까스거나. 둘 중 하나만 좋아하거나, 아니면 둘 다 가리지 않고 좋아하거나, 아무튼 돈까스는 대부분 사랑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스타일이든 한국 스타일이든 가리지는 않지만, 다시 방문하게 하는 돈까스 가게의 원칙이 있다. 바로 가격이다. 개인적으로 일식은 넓은 아량으로 - 통째로 튀겨서 소스를 끼얹는거보단 어려울 것 같아서 - 7500원 정도, 한국식 돈까스는 6500원 정도까지는 괜찮은 가격으로 취급한다. 아무리 맛있더라도 가격이 별로면 발걸음이 다시 향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경험상, 비싼 돈까스 치고 맛있는 돈까스는 없었다. 괜히 샐러드니 드레싱이니 하는 것을 요란하게 내오는 것은 불필요한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잘 튀긴 돈까스, 맛있는 소스, 밥, 양배추 샐러드. 거기에 국물과 겨자 정도만 더해지면, 돈까스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철저히 개인적인 기준이다.


12000원짜리 밥상


 장수 왕족발 분식은 학생 시절 친구에게 추천을 받았었다. 그러나 위치가 썩 애매해서 학생 시절에 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학교에 갈 일이 생겼는데, 예문대 쪽에서 일정이 끝이 났고, 마침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저렴하게 저녁을 때우고 싶었는데, 마침 그 가게가 생각이 났다. 돈까스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장수 왕"족발" 분식인데, 메뉴판에 족발은 없었다. 어차피 돈까스를 먹으러 온 것이라 상관은 없었다.

 단품 돈까스는 5천원인데, 2개씩 묶여있는 세트를 시키면 2천원 이상 깎아주는 식이었다. 돈까스 2개 세트를 시키면 8천원인 식이었다. 그런데 메뉴판 옆에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세트는 모두 2인분 기준이니까, 싸다고 시키지 말고 메뉴를 받아보고 추가 주문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남자 둘인데 돈까스 하나씩 먹고, 사이드로 쫄면 하나쯤은 먹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돈까스 2개 세트에 쫄면 하나를 시켰다. 그리고 메뉴가 나오고,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 만 이천원짜리 식사라기에는 불가능한 양이었기 때문이다. 시키지도 않은 국수가 나온 걸 보니 국수도 기본 구성인 모양이었다. 공기밥은 추가금 없이 먹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딱히 물어보지 않았다. 공기밥이 없어도 다 먹기 힘들 것 같은 양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양만 훌륭한 것이 아니었다. 단언컨대 내가 먹어본 한식 돈까스중에 제일 맛있었다. 보통 한식 돈까스는 일식 돈까스에 비해 얇게 펴져서 나오는게 아쉬웠는데, 이 돈까스는 엄청 두꺼웠다. 그러면서도 질기지 않아서 잘 씹혔다. 소스도 맛있었다. 양배추 샐러드도 값싼 돈까스집에서 나오는 말라 비틀어진 양배추가 아니라, 기본은 하는 샐러드였다. 마카로니도 센스있어서 좋았다. 다시 한 번, 내가 먹어본 한식 돈까스중 최고였다. 그런데 가격은 가장 싼 수준이었다. 사이드로 먹으려고 했던 쫄면도 엄청나게 맛있었다. 먹다 보니 배가 불러서 도저히 들어가지 않을 수준까지 되었지만, 끝까지 꾸역꾸역 먹었다.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의 엄청난 맛집을 찾았으니, 이제 남은건 자주 가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