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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음식

홍대 감바스와 레몬맥주가 맛있는 집, 홍대 "시내"(sinar)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예약시 메뉴를 정할 필요는 없다.


 감바스라는 음식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 맛 기행에서나 볼 법한 어색한 이름의 요리는, 지금은 너무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되어버렸다. 애초에 요리법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일 것이다. 올리브 오일 - 혹은 기름 - 에 페페론치노 - 혹은 고추 - 와 마늘, 온갖 채소들을 함께 볶다가, 새우를 투하하고 같이 볶아주면 끝. 그런데 단순한것 치곤 맛없기가 힘든 조합이다. 마치 달걀프라이 + 간장 + 버터 + 따끈한 흰 쌀밥처럼, 맛있는 애들끼리 모아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무나 내놓을 정도로 쉬운 요리라면, 대충 해도 맛있다는 뜻인 동시에 정말 극한으로 맛있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친구가 여기 감바스가 정말 맛있다며 홍대의 멕시칸 푸드 식당인 "시내"를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많이 기대한 이유이다.


상큼한 맛의 레몬맥주


 주문한 감바스를 기다리며 레몬맥주를 한 잔 시켰다. 구성은 메뉴 이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맥주 안에 두껍게 썬 레몬 한 조각. 정말 단순한 이 조합이 정말 괜찮았다. 맥주의 나쁜 부분을 레몬의 신 맛이 가려주어서, 먹기 더 좋았다. 같이 간 친구는 신 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마시는데 애를 먹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인 것 같기는 하다.


감바스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주문한 감바스가 나왔다. 한 입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어봤던 감바스들과는 다른 수준의 맛이었다. 재료들에 짭짤하게 간이 잘 배어있었고, 저렴한 집과 다르게 마늘이나 아스파라거스, 파프리가 같은 가니시가 많아서 좋았다. 감바스라는게 어떻게 해도 맛있기 때문에 적당히 맛있는 집에 가도 만족할 수 있는 음식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감바스를 먹고 싶다면 홍대 "시내"에 한번쯤은 가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또 인테리어도 예쁘고, 가게 자체가 크지 않아서 왁자지껄하지도 않았다. 느긋한 템포로, 술과 안주, 분위기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싶은 그런 날에 가면 좋을 것 같은 홍대 "시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