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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2018 유럽여행기

[런던] 5. 내셔널 갤러리,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런던 마지막 날. 내셔널 갤러리를 방문했다. 대영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여기 역시 입장료가 무료였다. 입장료가 있는 루브르보다 입장료가 없는 대영 박물관이나 내셔널 갤러리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여행의 막바지, 지쳐있을 때 쯤 방문한 곳이 루브르라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대영 박물관 앞에는 버스커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런던이라 그런지, 곳곳에 동전 주머니나 CD를 진열해놓고 공연하는 버스커들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선뜻 동전이나 지폐를 꺼내지 않았는데, 여행자 신분이라서 그런지 좋은 버스킹을 보면 지갑에 손이 척척 갔다. 한국에 와서도 그러려고 했는데, 그 결심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미술에 조예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영 박물관처럼 오디오 커멘터리에 귀를 기울이며 작품들을 구경했다. 그 유명한 고흐의 해바라기를 직접 봤다. 사진을 저렇게 찍어놔서 잘 모르겠지만, 그림 앞에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가득해서 사진 찍기 쉽지 않았다. 가끔씩 캔버스를 들고 그림을 모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는 광경이라 신기했다. 애초에 우리나라에선 미술관이나 박물관 자체를 안 가기 때문에 보지 못한걸지도...

 

 기념품 매장, 그리고 간단한 카페가 있었다. 물을 한 병 사 마셨던 것 같다...

 

 내셔널 뮤지엄에서 나왔다. 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마트에 가서 4파운드짜리 Meal Deal을 샀다. 음료로는 유튜브에서 몇 번 봤던 아이언브루를 골랐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코카콜라보다 잘 팔리는 음료라는데, 맛은 그냥 괜찮은 탄산 음료였다.

 

 런던 마지막 목적지는 캠던 스트리트였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뻔한 기념품 샵들도 있었지만, 사이사이 진짜배기 가게들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유럽 여행을 가면 지갑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된 가게라고 어필하는 듯한 약품 냄새가 진동하는 가죽 공방이 하나 있어서 이끌리듯 들어갔다. 거기서 말 가죽으로 만든 지갑을 하나 샀다. 런던 여행의 기념품을 하나 산 셈이다.

 

 캠던 스트리트 근처의 리전트 파크 언덕에 올라 야경을 봤다. 고지대에 몰아치는 돌풍때문에 춥고 힘들었지만, 저 멀리 지평선에 런던의 불빛들이 반짝거리는 풍경이 장관이어서 참을 수 있었다. 런던 여행의 마지막 밤을 허전하지 않게 해주는 풍경이었다.

 

 저녁은 마트에서 즉석 카레와 술을 사 와서 숙소에서 먹었다. 귀국 날 전까지는 친구와 동행하는 마지막 코스였다. 내일부터는 오롯이 혼자 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막막하게 설렜다. 막연히 막막하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네덜란드와 런던을 친구와 함께 다니며 어느 정도 감각을 쌓았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다니는 것은 혼자여도 괜찮고 오히려 좋은 점도 있겠지만, 밤에 자는 순간 혼자 있거나, 낯선 사람들과 다인실을 쓰거나 하는 것은 막막하게 느껴졌다. 물론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일부터는 나 혼자 영국을 여행해야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