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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2018 유럽여행기

[네덜란드] 3. 암스테르담 당일치기 여행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을 간 날이다. 그리 크지 않은 네덜란드라서 하루하루 다른 도시들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교환학생중인 친구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암스테르담만 가기로 했다. 12월이지만 선선한 공기를 맞으며 틸버그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탔다. 순식간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교통이 잘 되어있기도 하지만, 네덜란드 자체가 그렇게 큰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역에 내린 우리를 반겨준 것은 도시를 관통하는 운하, 그리고 넓은 광장이었다. 물론 빈틈없이 사람들이 들어서 있었다. 유럽의 유명한 관광도시 중 한 곳의 중심 역이니까, 사람이 붐비는 것은 당연했다. 물이 넘실거리는 운하가 너무 멋졌다. 암스테르담 여행의 대부분, 운하는 우리 곁에 있으면서 "여기가 암스테르담이다."하고 어필했다.

 

 옛스러운 멋이 있는 암스테르담의 풍경이었다. 옛날에 지은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듯한 모습들이 도시 곳곳에 보였다. 도시 곳곳을 다니는 트램의 모습도 멋졌다.

 

 네덜란드식 청어절임인 하링을 먹어봤다. 새콤하면서 짭짤한 생선 요리였는데, 엄청 맛있었다. 날생선을 즐겨 먹는 사람이라면 하링이 입에 잘 맞을 것 같다. 암스테르담에 간다면 꼭 한번 더 먹어보고 싶을 정도다.

 

 걷는 발걸음 내내 암스테르담스러움을 풍겨오는 운하들.

 

 운하 옆으로 지어진 집 중에는 저렇게 물 옆에 발코니가 있는 곳들도 있었다. 멋지게 보였다. 옥탑의 로망처럼,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그걸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멋진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밤중에 의자 하나를 끌고 나와 일렁이는 운하 수면에 비친 빛을 지켜보는 상상을 해 보았다.

 

 식전 간식은 공원 벤치에서 재즈 사과로 대신했다.  한국 사과와 다른 종인 것 같았는데, 개인적으론 한국 사과가 크고 맛있는 것 같았다.

 

 그땐 생각없이 찍었는데 지금 보니 매우 비싼 기타들이었다...

 

 점심으로는 값싸게 케밥을 먹었다. 네덜란드나 영국이나, 싸게 끼니를 때우려면 샌드위치나 케밥을 먹는게 답이었다.

 

 하염없이 걷다가 어떤 미술관에 들어갔다. 로비에 자화상을 그릴 수 있게 마련해놓은 공간이 있었다. 주로 아이들의 그림이 많았다. 동심이 묻은 그림들이 귀여웠다. 꽤 잘 그린 그림도 군데군데 있어서 감탄했다. 이런 문화 시설이 별다른 통제나 관리 없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암스테르담 본델 파크를 갔다. 엄청나게 큰 공원에, 사람들과 반려견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어떤 개는 오리를 잡으러 물에 뛰어들기까지 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와중에, 노을을 맞으며 한가한 풍경 속을 걸었다. 다리 아래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노래를 엄청나게 잘 했다. 제프 버클리의 할렐루야가 특히 인상깊었다. 이 날 이후로 할렐루야는 내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밤이 되자, 도시 곳곳에 숨어 있던 조명들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조명들이 뿜어낸 빛은 운하 표면에 그대로 쏟아졌다. 마치 미드나잇 인 파리 같은 분위기가 된 밤의 암스테르담을 하염없이 걸었다. 가끔 몸을 녹이러 카페에 들어가기만 했을 뿐, 따로 돈을 쓰거나 하지 않았는데, 그냥 기분이 좋았다.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을 설레게 하는 구석이 있었고, 그렇게 설렌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틈에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늦은 기차로 틸버그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