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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영화

오아시스 다큐멘터리 "슈퍼소닉" - 초음속으로 락스타가 되어버린 형제


 지금까지 본 영화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 아니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뮤지션의 전기 영화를 본 횟수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뮤지션의 전기 영화를 거의 보지 않은 이유는, 그 수가 많지 않아서기도 하겠지만, 굳이 실존인물의 역사적 순간들을 배우의 연기를 통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 더 크다. 게다가 뮤지션이라면 영상물도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찾아 보고, 기록물들을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보헤미안 랩소디"는 별로였다. 그것보다 BBC에서 만든 Queen Days Of Our Lives 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후에 퀸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퀸이 더 대단한 밴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다룬 전기라면, 그것을 보고 난 다음에 그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어쩌면 그들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고, 그런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슈퍼소닉"을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전기 영화와 같은 선상에 두는 것은 옳지 않기는 하다. "슈퍼소닉"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역사를 재연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9mm 카메라 영상들이나 녹취들, 실제 인물들의 나레이션을 통해 당시의 오아시스를 돌아보고 회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기 때문이다.



 "슈퍼소닉"을 보고 좋았던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영화를 보고 나서 오아시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아시스의 노래를 들은 지 10년이 다 되어갈 정도로 오랫동안 오아시스에 대해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리암의 밴드에 노엘이 구세주처럼 나타났고, 밴드의 전권을 달라고 했다는 것, 본헤드는 기타 초보 수준이라서 노엘에게 구박도 받았고 결국 쫓겨났다는 것, 리암은 음악적인 재능은 없지만 목소리 하나로 오아시스라는 밴드의 일원이었다는 것, 하도 많은 사람들이 말했고 또 사방에 그렇게 적혀 있어서 당연히 진실인 줄 알았던 이런 이야기들은 영화에 의하면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오아시스에 대해 정확한 사실들을 알게 된 동시에,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 나가는 다큐멘터리의 매분 매초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다 보고 나서는 오아시스를 예전보다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마음 속에 무언가 끓어오르게 하는 장면들이다. 뮤지션의 전기 영화라는 것은, 음악 영화와도 큰 교집합이 있다. 음악 영화가 갖춰야 할 여러 기본 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음악이 나오는 장면의 완성도이다. 슈퍼소닉은 그런 점에서는 정말 좋은 음악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밴드가 무명이던 시절, "All Around The World"를 조그마한 합주실에서 연습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온 몸에 흐르는 전율과 함께, 밴드를 하는 것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왜 누군가는 인생의 많은 즐거운 것들을 제쳐두고 합주실로 향하는지,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 외에 노엘이 수많은 명곡들을 구상해내는 장면, 녹음실에서 앨범 트랙들을 작업하는 장면, 맨체스터의 작은 공연장인 보드워크부터, 글래스고, 메인 로드, 더블린, 넵워스 등에서 실제 있었던 공연 장면들이 정말 멋지게 화면 안에 담겨 있었다. 애초에 오아시스의 곡들이 명곡이기 때문에, 그런 노래가 들어간 씬들이 보기 좋은 것이기도 하겠지만, 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 덕에 보는 이가 전율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 노엘 갤러거의 콘서트를 다녀오고 오아시스의 열병을 앓고 있던 내게, 이 영화는 갈증을 해소해주는 오아시스인 동시에, 오아시스의 음악이라는 사막 더 깊은 곳까지 나아가게 하는 오아시스가 되었다. 오아시스가 가장 빛나던 시절인 데뷔 직후부터 2집 발매 후 넵워스 공연까지를 담아낸 이 영화는, 이제 해체해버려서 새로운 장작이 들지 않는 오아시스 팬이라는 이름의 벽난로에 정말 오랫동안 타오를 새로운 장작을 던져 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다음 브런치에서 "데자와"라는 필명으로 연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