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글/영화

택시운전사 편한 후기 (약한 스포일러)



- 카체이스 씬에 대한 혹평이 꽤 많이 보인다. 다큐로서의 완성도는 크게 해치는 장면이었지만,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의미에서는 들어간 것이 들어가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나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계엄군의 폭압 앞의 시민들의 저항, 그리고 그것이 외부로 알려지기를 원해서 벌이는 처절한 사투,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했던 택시운전사들에 대한 일종의 헌사, 그런 의미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 송강호 역시 신파를 가진 인물이지만,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의 비극 앞에서 송강호의 신파는 다소 약했다. 그리고 그것이 극을 호소력있게 끌어가는 데 더 도움을 주었다. 송강호 특유의 코믹한 분위기가 있었기에 근현대사에서 손꼽을 만한 비극을 그나마 맨정신으로 볼 수 있었고, 송강호의 호소력 짙은 연기가 있었기에 스크린 속의 시민들의 아픔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순천 씬이 절정이었다. 주먹밥, 차 안에서 울부짖다가 유턴, 딸에게 하는 “아빠가 손님을 두고왔어.” 하는 말. 한국 영화에 신파는 식상한 것이 맞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을 그려내는 것은 신파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었고, 그것을 감독, 그리고 송강호라는 명배우가 훌륭하게 해냈다.


- 극을 전개하느라 주제가 된 역사적 사건을 놓치는 영화들이 왕왕 있는데, 택시운전사는 그렇지 않았다. 두 주연, 택시기사와 독일인 기자는 518 민주화운동을 관찰하는 외부인의 입장으로서 등장했다. 진정한 주인공은 광주, 그리고 광주의 시민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가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