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글/전자제품

에어팟과 비교하기 미안한 가격대인데, 비교해도 상대가 된다. (QCY T1 TWS 리뷰)


0. 애플이 3.5mm 포트를 제거한 여파인지, 길에서 블루투스 리시버를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흔한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고가의 에어팟이다. 납득하기 힘든 비싼 가격 때문에, 콩나물이나 담배꽁초를 연상시킨다는 디자인 때문에, 매서운 비난을 듣던 에어팟이 거리를 뒤덮는 이유는 그만큼 괜찮은 블루투스 리시버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단순히 애플의 블루투스 리시버라는 이유로 흥행을 하는 것일지도. 그보다, 정가 20만원을 호가하는 물건이 쓸만한 게 못 된다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에어팟은 다른 블루투스 리시버들에 비해 쓸만하다. 음질은 기존의 번들 이어폰인 이어팟 정도 퀄리티는 되고, 각각의 유닛이 따로 떨어져있고, 사용 시간이 짧지 않으며, 충전 케이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 시간은 10시간을 훌쩍 넘긴다. 귀에 꽂는 순간 기기에 찰싹 달라붙어서 자연스럽게 사용 가능하고, 귀에서 빼는 순간 기기와 연결이 끊어짐과 동시에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배터리 관리도 수월하고. 이런 장점들을 한번에 가진 기기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좋다고 소문이 난 에어팟을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구매하는 것 아닐까 싶다. 대신, 나열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 에어팟보다 가격이 괜찮은 제품이 등장한다면, 더 이상 에어팟을 쓸 이유가 없다는 뜻 역시 된다.

 그런데 그런 블루투스 이어폰이 등장해버렸다. QCY T1 TWS가 바로 그것이다. 위에 적힌 요소들을 거의 가지고 있으면서, 가격은 에어팟 정가 대비 1/10 수준이라니, 소문이 자자한 와중에 가격은 밥 두세끼 값이어서 호기심에 사지 않을 수 없었다. 15000원대의 물건을 구입하면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평이 많아서, 2만원 중반대의 물건을 주문했다. 이어폰은 꽤 빨리 도착했다. 써 보면서, 유일하게 갖고 있는 블루투스 리시버인 에어팟과 불가피한 비교를 하게 되었다.


1. 귀에 꽂자마자 음악을 재생해 보았다. 평범하다고 해야할지, 좋다고 해야 할지, 결코 나쁜 소리는 아니었다. 비싼 귀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평소에 리시버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객관적인 비교는 못 하겠지만, 아무튼 소리는 좋음과 중간의 사이쯤에 있었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는 에어팟과 비교했을때, QCY T1 TWS는 저음이 부스트된 느낌을 주었다. 커널형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비싼 소리는 아니었지만, 에어팟에 비하면 더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기 힘든 소리였다. 단지 성향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 QCY T1을 물린 채 아이폰에서 Bass Reducer나 Treble Booster EQ를 선택하면, 에어팟처럼 플랫한 성향의 소리가 나왔다. 또한, 커널형이기 때문에 차음성 역시 오픈형인 에어팟에 비해 우월했다.


2. 개인적으로 에어팟의 유일한 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착용감이었다. 에어팟이 귀에 잘 맞는 사람은 헤드뱅잉을 해도 빠지지 않는다던데, 나의 경우는 달리기만 해도 조금씩 귀에서 빠져나가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운동을 하거나, 지각을 해서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타거나 해야 하는 순간에는 무조건 에어팟을 귀에서 빼고 뛰어야만 했다. 에어팟 대신 커널형인 비츠 엑스를 써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유선 이어폰을 써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QCY T1 TWS는 커널형이기 때문에 격하게 움직여도 귀에 딱 붙어있었다. 착용감에 있어서는 오픈형인 에어팟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T1의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착하기 때문에, 운동용으로 QCY T1 TWS를 구비해놓고 진리의 둘 다를 시전해도 상관은 없다.


3. 케이스에서 T1을 빼는 순간 기기와 연결이 되고, 케이스에 넣는 순간 기기와 연결이 끊어진다. 에어팟의 경우는 리시버에 달린 밝기 센서를 통해 귀에 꽂혀있을 때만 작동하는데, T1는 좀 더 값싼 장치를 통해 에어팟과 비슷하게 동작하게 만든 셈이다. 귀에 넣는 순간 음악이 재생되는 정도의 만족감은 주지 못하지만, 어쨌든 사용할 때는 on, 사용이 끝나면 off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에어팟을 쓰다 귀가 간지러워서 리시버를 빼면 음악이 꺼지는 반면, T1은 그럴 일이 없다는 점에서, 장단점이 있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T1을 구입하고 나서 에어팟의 사소하지만 엄청난 장점에 대해 되새기게 되었는데, 그것은 애플 기기간의 연결 전환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맥을 쓰고 있는데, 각각의 기기에서 에어팟을 사용하고 싶을 때는 단순히 블루투스 메뉴에서 에어팟을 선택해주기만 하면 자동으로 이전 기기와 연결이 끊어지고 새로운 기기와 연결이 설정되었다. T1도 각각 연결을 설정해주기만 하면 기기 간 전환이 쉬울 줄 알았는데, 기기 전환 시마다 이전 기기와의 연결을 끊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태블릿이나 노트북 등에서 옮겨 가며 사용할 블루투스 리시버가 필요하다면, T1은 번거로움을 더해 주는 선택일 것이다. 한 대의 스마트폰에만 연결해서 사용할 것이라면 전혀 문제되지 않을 단점이지만.


4. 에어팟에서 터치를 통해 이전 곡, 다음 곡 등의 조작이 가능한 점 역시 T1에서는 버튼이라는 더 저렴한 방식을 통해 구현되어 있다. 리시버의 대부분이 버튼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한 번 누르기, 여러번 누르기, 꾹 누르기 등의 액션에 따라 다른 동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하나의 액션만 지정 가능한 에어팟에 비해 더 나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이어폰을 귀에 쑥 밀어 넣다가 자연히 버튼을 누르게 될 정도로 버튼의 면적이 크다는 것이다. 한 번의 터치 실수로 가볍게는 곡이 넘어가 버릴 수 있고, 심하면 통화가 끊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익숙해지기만 하면 에어팟처럼 리시버만 가지고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5. 결과적으로 통화 품질, 그리고 애플 기기간 연동이 떨어지는데서 오는 불편함, 그리고 커널형 구조에서 오는 착용감과 소리 성향의 차이를 감안할 수 있다면, QCY T1 TWS는 에어팟을 대체하기에 충분한 블루투스 리시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품의 가격이 2만원 중반대에 형성되어 있다. 에어팟은 중고를 사려고 해도 10만원 중반대이다. 불편함을 감수해도 괜찮을 것 같은, 비교하는 것 조차 미안해지는 가격 차이인 셈이다. 그 만큼 QCY T1 TWS는 가격대 성능비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이고, 가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준수한 블루투스 리시버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