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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전자제품

한성 무접점 키보드 GK868B 후기

 이름모를 사무용 키보드들, 2015 맥북 프로 내장 키보드, 애플 매직 키보드 2, 로지텍의 블루투스 키보드 2종. 지금까지 써 본 키보드들의 목록이다. 키보드의 세계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뜻이다. 항상 기계식이나 무접점 키보드를 하나 들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10만원이 넘는 돈으로 할 수 있는건 많았고, 아무 키보드로든지 타이핑은 할 수 있었다. 섣불리 새 키보드를 사기 애매했던 이유다.

 굳이 괜찮은 키보드를 산다면 충족했으면 하는 몇 가지 조건이 있기는 했다. MacOS에서 사용하기 편할 것. 카라비너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키를 할당해줌으로써 윈도우 키보드를 무리없이 쓸 수 있기는 하지만, 세팅 과정이 귀찮았다. 블루투스를 지원할 것. 이 조건은 꼭 충족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기계식이나 무접점 키보드들은 가격이 확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깔끔한 책상 환경을 위해서는 포기하기 힘든 기능이었다. 마지막으로 프린트 스크린 키가 있을 것. 매직 키보드 2를 침수로 보낸 후, 대용으로 쓰고 있는 로지텍 키보드에는 프린트스크린 키가 없었다. 그래서 부트캠프를 통해 윈도우를 구동할 때 항상 불편했다. 첫 번째 기준이 맥에서 쓰기 편한 키보드였는데, 마지막 기준은 윈도우에서 쓰기 편한 키보드라니, 우습지만, 맥을 쓰는 입장에서 윈도우를 아예 안 쓸 수는 없었다. 되도록이면 둘 다 사용이 편한 키보드를 갖고 싶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던 중, 한성에서 새로운 키보드를 출시했다. 68개의 키보드 속에 이런저런 기능을 구겨넣은 GK868B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출시 기념으로 3만원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존의 한성 무접점 키보드들을 고민만 하다가 놓치고 말았다. 변태배열이라는 점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바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50g 화이트 사양으로 주문했고, 택배는 하루만에 도착했다.

 

 구성품은 은근히 알차다. USB-C 케이블, 키캡 리무버, 더스트 커버, 여분 용두와 여분 스프링, 그리고 맥 유저에게는 반가울 맥용 키캡까지. 99,000원임에도 무접점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가성비인데, 딱히 빠지는 구성품도 없었다. 화이트와 라이트그레이를 섞은 키캡 배열은 클래식한 느낌을 풍겨서 좋았다. 키 배열 역시 대체로 괜찮았다. 백스페이스가 너무 크다는 것, 그리고 물결 표시(~)가 Esc 키와 합쳐져있어서 자꾸 카톡창을 꺼뜨린다는 것 외에는...

 

 맥과의 일체감이 좋았다. 매직 트랙패드 2 옆에 두어도 큰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맥 모드로 전환도 스무스했다. 하지만 윈도우 모드와 맥 모드를 변경할 때 사용해야 하는 Fn키의 위치가, 모드 변경 간에 바뀐다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부분이었다. 또한 유선과 무선 모드를 왔다갔다할 때, 윈도우와 맥 모드 설정이 계속 유지되지 않고, 각각의 모드에 따라 다른 모드가 설정되는 점도 초반에 헷갈렸다. 여러 기기를 페어링해서 쓰는 입장에서는 편한 부분일지도?

 LED는 과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윈도우/맥 모드 전환, 그리고 멀티 페어링을 알려줄 때 요긴하게 깜빡거렸다. 다만 유선 모드 사용 시, 충전되는 내내 P키 아래 조명이 들어오는 점이 별로였다. 조명 on/off를 설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키감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괜찮은 키보드를 써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객관적으로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초심자의 입장에서 적어보자면, 사각거림 혹은 보글거림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타건음이 좋았다. 카페에 들고 나가서 쳐 보니, 옆 테이블에서는 카페 음악에 묻히는 수준, 당사자에게는 적당히 들리는 수준의 데시벨이었다. 타건감도 준수했다. 기존에 출시된 한성 무접점 키보드들의 사용기를 보면 50g이라는 키압이 부담스럽다는 글들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느끼지 못했다. 장시간 타이핑한다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지도?

 99,000원에 GK868B를 구입함으로써 무접점 키보드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소감은 아주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가격 대비 무접점에 블루투스 기능까지 제공하다니, 과장을 보태면 쓰기 미안한 수준이다. 타건감이나 타건음 역시 만족스럽다. 키보드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하려 하는 초심자, 혹은 깊게 들어가고 싶지 않은 나같은 사용자에게 적절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요약

장점

1. 저렴한 가격 대비 무접점, 블루투스 지원의 혜자로움

2. 맥 키캡이 딸려옴

3. 예쁜 비주얼

 

단점

1. LED를 끌 수 없음

2. ~ 버튼이 Esc 아래 있어 자꾸 창을 꺼먹음

3. 레오폴드랑 놓고 보면 어딘가 허접한 비주얼 (하지만 가격이 두배가량 차이난다는 것을 감안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