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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전자제품

샤오미 미지아 온습도계 (전자시계, e-ink 탑재 모델) 사용기

 최근 기타 셋업을 받으러 갔다. 셋업이 끝난 기타를 건네면서, 기타샵 아저씨는 기타가 좀 건조한 편인 것 같다고, 방을 습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별 건 아닌데, 간단하게 이거만 사면 돼요." 하며 나를 부르시길래, '기타 관리 도구를 살 마음은 없는데...' 하며 아저씨 쪽으로 가 보니 벽에 습도계가 걸려 있었다. 습도를 50%에서 60% 사이로만 조절하면 기타에게도 좋고, 사람에게도 좋다는 말에, 그동안 미뤄 왔던 온습도계를 살 때가 되었구나, 생각했다.

 한 달 전쯤 샤오미 블루투스 체중계를 구입했던 Quube에서 샤오미 온습도계를 검색했다. 여러 가지 모델이 나왔다. 일반 액정 모델과 e-ink 모델, 그리고 e-ink 모델 중에서도 시간이 표시되는 모델과 표시되지 않는 모델. 워낙 시간을 볼 수 있는 장치가 많기도 하고, 습도 확인을 목적으로 사려는 것이어서 시간이 없는 e-ink 모델을 살까 했는데, 가장 저렴한 것이 시간이 있는 모델이었다. 싼데 기능도 많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득이어서 그 모델을 선택했다. 배송까지는 5일 정도 소요되었다.

 

 구성품은 참으로 단촐하다. 단촐한 구성품을 담아낼 만큼의 부피를 가진 종이 박스를 뜯어내면, 온습도계, 설명서, 그리고 온습도계 뒤에 부착할 수 있는 세 가지 유형 (자석, 받침대, 스티커) 의 지지대가 있다. 박스를 뜯어서 기계를 확인했을 때 액정이 켜져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검색해보니 e-ink 모델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재포장을 판 것인지 순간 의구심이 들었는데, 다행이었다.

 

 책상에 놓고 쓸 것이라서 받침대를 부착했다. 기기 뒷면에 부속품을 붙이는 것도 스티커로 되어있는데, 힘을 줘도 잘 떨어지지 않는 스티커로 되어있다. 기기가 워낙 작고 가벼워서, 이 정도 받침대로도 완전히 안정적으로 설 수 있었다.

 

 미 홈 어플을 설치하고 페어링을 해줌으로써 국내 시간으로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설치 후 바로 페어링을 시도하면 기기가 어플에 뜨지 않는다. 또 검색해보니 위치를 중국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기기가 정상적으로 잡혔다. 온습도계에서 받아온 데이터를 어플 상으로 확인 가능한데, 전부 중국어로 표시되어서 숫자를 보고 추측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은 기기라서 그런 것일까... 적어도 온습도계 화면 상에 나타나는 정보들은 언어와 상관없이 직관적으로 확인 가능했다. 맨 우측의 이모티콘은 습도와 온도를 종합하여 감정 표시를 나타내주는 것인데,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도 가끔 사진처럼 보통 표시가 나오곤 했고, 에어컨 없이는 웃는 이모티콘을 보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표정이 보통이어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이모티콘보다는 절대적인 수치들에 더 집중하는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빨래를 널고 자거나, 물을 끓이거나, 물먹는 하마를 배치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습도를 가시적으로 확인하고, 정상 범위가 아니면 대처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실제로 조금 건조할 때, 물을 끓이거나 빨래를 널거나 하면 습도가 올라갔다. 예전에는 자고 일어나서 목이 칼칼한 적이 많았는데, 습도를 50%에서 60% 사이로 조절하니, 일어났을 때 목이 별로 아프지 않다. 절대적으로 맞는 수치는 아니더라도, 상대적인 변동폭은 확인할 수 있어서, 방의 온습도 환경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것 같다.

 그 외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e-ink의 엄청난 가독성에 놀라고 있다. 시계가 달린 기기가 지천에 널린 요즘이지만, 그래도 바로 척 보고 확인할 수 있는 시계가 있다면 덜 번거로울 것이다. 집에 lcd 시계가 하나 있었지만, 특정 각도에서는 전혀 볼 수 없어서 부엌용 시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미지아 온습도계의 e-ink 화면은 어느 각도에서든 선명하게 보인다. 마치 아날로그 시계를 들인 것처럼, 책상이 보이는 어느 각도에서나 바로바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굳이 습도 확인할때만 쓸 온습도계 화면의 사양이 중요할까 싶었는데,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

 내가 산 모델은 네이버 검색을 통해 2만원 언저리의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데, Quube 출석체크 등으로 받은 코인을 모아 만 천 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했다. Quube 출석체크를 좀 더 활성화해야겠다. 한달에 만 원 정도 투자해서, 재밌고 괜찮은 기기를 사는것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