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 글/음식

성수동 깊숙히 녹아든 카페, 성수 우디집

 성수 카페 "우디집"을 찾아가는 길은 살짝 길게 느껴졌다. 성수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막연히 성수역에 있을 것이라 생각한 채, 뚝섬역 "온량"에서 출발했는데, 15분정도 걸어 성수역에 도착했더니 15분을 더 걸어가야 해서 살짝 혼란스러웠다. 성수역은 정말 재밌는 동네였다. 허름한 주택가, 철물점, 공방 사이로, 젊은 감각이 닿아 있는 가게들이 콕콕 박혀 있었다. 멋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려 애쓴 동네와는 다르게, 전형적인 한국 동네 경관 틈 사이에,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가게들이 내부에 자신만의 멋을 품고 있는 곳이 성수였다.

 한참을 철물점이며, 기사식당이며, 좁은 골목길을 헤치며 나가는데, 카페가 보이질 않았다. '길을 잘못 든 건가?' 생각하던 찰나, 고려금속 간판 위에 "ㅇㄷㅈ"이라고 적힌 간판이 보였다. 설마 저긴가 했는데 정말 저기였다. 주민회관 같은 간판을 지나, 문을 하나 여니, 우디집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나왔다. 우디집은 이렇게 허름한 동네에 완벽하게 동화되어 있었다.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봐도, 우디집의 간판은 주변의 여관이나 인쇄소 간판 사이에서 튀지 않게, 은은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나오며 본 성수의 여느 젊은 가게와 마찬가지로, "우디집"역시 내부에는 자신만의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자연광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듯 밝은 카페 내부에는, 다른 듯 묘하게 어우러지는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지는 공간이었다. 한적한 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유유자적 보내고 싶은 날, 가면 좋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음료와 디저트의 비주얼은 훌륭했다.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오게끔 플레이팅된 것이, 전형적인 인스타 감성이었다. 녹차 라떼는 무난한 녹차 라떼였다. 녹차 케익은 찐득해서, 입에 넣자마자 온 몸에 당이 퍼지는 느낌이었다. 생초콜릿 같은 질감과 맛이 느껴졌다. 오른쪽의 음료는 우디 카페인인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젓지 말고 위에서부터 마시라는 설명을 그대로 따랐다. 위는 쫀득하고 달달한 토핑이 있고, 아래는 보통 커피가 있다. 머리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에너지가 필요할 때, 한 잔 옆에 두고 조금씩 마시면 좋을 것 같은 음료였다.

 성수 우디집은,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인테리어, 그리고 음료와 디저트가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