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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음식

맛과 건강 둘 다 갖춘, 건대 능동샐러드

 데이트의 흔한 여파는 차오르는 살이다. 파는 음식은 맛을 좋게 하려고 뭔가를 많이 때려 넣는건지, 그냥 평범하게 점심과 저녁 정도를 사먹을 뿐인데, 무심하게 두세 달 살다 보면 살이 슬금슬금 차오르더니, 구르는 눈덩이처럼 확 불어난다. 어쩌면 식후에 먹는 디저트가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운동을 하자니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녹록치가 않다. 살이 찌지 않으려고 노력은 해야겠고, 그래서 한 끼 정도 가볍게 먹어보려 하지만, 입맛에 맞으면서도 가벼운 음식은 찾기가 힘들다. 그런 고민에 답이 될 것 같은 가게가 바로 건대 능동샐러드이다. 사실 이름을 보고 처음엔 신기했다. 내가 바로 능동 거주민이기 때문이다. 가게가 능동로에 있긴 한데 여긴 화양동인데... 이 가게에 대해 유일하게 의문인 점이었다.

 

 새우가 들어가는 샐러드, 그리고 치킨 샌드위치 같은 것을 하나 시켰다. 두 명이 가서 샐러드 하나에 샌드위치 하나 정도를 시키면 가벼운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물이 알찼다. 제대로 배를 채우고 싶다면 샌드위치 하나를 더 시켜서 샐러드를 나눠먹는게 좋을 것 같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신선하고, 새우를 제외하면 간이 강하지 않아서 좋았다. 따로 나오는 드레싱도 괜찮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괜찮았던 것은 샌드위치였다. 결대로 탄 자국이 난 식빵을 보니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본 쿠바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물론 샌드위치 속에 기름진 필링이나 느끼한 치즈가 들어있는 건 아니었지만, 산뜻하면서도 너무 가볍지는 않은 맛이어서 만족스럽게 먹었다. 카레돈까스 집에 가서 맛있는 돈까스를 먹거나, 돈까스 집에 가서 맛있는 우동을 먹는 것처럼, 샐러드 집에 왔는데 샌드위치 맛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기본기인 샐러드도 평균 이상이었다.

 

 몸이 좀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저녁 약속을 건대 능동샐러드로 잡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