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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음식

떡볶이 맛집이지만 주인공은 볶음밥. 구의 분식집 "모두랑"

즉석떡볶이다

 떡볶이를 썩 좋아하지 않는데, 연애가 계속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떡볶이를 많이 먹게 되었다. 여자들에게 있어 떡볶이란 남자들의 돈까스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딱히 땡기는 게 없을때 먹으러 가기 무난하고, 이틀에 걸쳐 먹어도 거부감이 없는 음식인 것 같다. 떡볶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탄수화물 덩어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몸에 안 좋은 음식이 맛있을 확률이 높다. 떡볶이도 그런 이유로 맛있다.

 구의 "모두랑"은 동네의 유서깊은 떡볶이집이다. 근처 학교를 다녔지만, 이 가게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떡볶이를 즐겨 먹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그만큼 현지인들끼리만 잘 아는 맛집이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광진경찰서 건너편 홈플러스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떡볶이 가게 네다섯개가 한 골목을 채우고 있다. 그 중 "모두랑"이 내가 유일하게 가본 가게이다. 떡볶이와 각종 토핑을 주문하면 위와 같이 즉석떡볶이가 나온다. 참고로 토핑은 모두 기본이 아니다. 떡볶이만 시키면 빨간 국물에 떡볶이만 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끓이면 이렇게 맛있는 비주얼이 된다

처음 간 날, 여자친구가 오뎅같은 토핑은 시키지 않고 라면사리만 넣어 주문했다. 입이 짧아서 조금만 시킨걸까? 왜 그런지 의아했다. 라면사리가 있어서 괜찮긴 하지만, 처음에 말했듯 떡 때문에 떡볶이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떡보다는 오뎅맛으로 떡볶이를 먹는 편이었다. 일단, 떡볶이는 정말 맛있었다. 떡이 치즈처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국물도 적당히 달콤매콤했다. 떡볶이를 다 먹고 날 때 쯤, 왜 사리를 시키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모두랑의 최종보스, 볶음밥

 토핑을 거의 넣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볶음밥을 먹기 위해서였다. 떡볶이를 거의 안 먹어봐서인지, 떡볶이를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먹는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했다. 볶음밥을 주문하자, 사장님은 밥과 옥수수, 김, 치즈 등을 냄비에 넣고 강불로 볶아냈다. 비주얼이 끝내주는 볶음밥 한 그릇이 나왔다.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볶음밥만을 먹으러 이 가게에 올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모두랑"에 간다면, 꼭 떡볶이를 먹은 후 볶음밥을 시킬 것을 추천한다. 볶음밥이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