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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음식

건대 후문 최고의 일식 돈까스 맛집, "가츠시"

모둠까스 9000원

 격하게 아끼는 소울 푸드가 몇 가지 있다. 짜장면, 국밥, 비빔국수, 라면. 기분이 별로인 날 먹으면 괜스레 위로받는 느낌이 들고, 아무 일 없는 날에 먹으면 들인 돈에 비해서 엄청난 만족감을 얻게 되는 음식들이다. 그런 소울 푸드 중 최고로 치는 음식은 돈까스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떡볶이를 좋아했고, 대부분의 남자들은 돈까스를 좋아했다. 같이 밥을 먹게 된 사람이 남자인데, 이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돈까스를 먹으러 가자고 하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높은 확률로 "좋아!"라고 말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이다. 하루에 두 끼쯤은 돈까스로 먹을 수 있다. 일식 돈까스, 분식 돈까스,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둘은 엄연히 다른 음식이지만, 그래도 돈까스기 때문에 둘 다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일식 돈까스 최고의 맛집으로 꼽는 곳은 건대 후문의 "가츠시"이다.

 

등심까스 7000원

 맛있게 튀겨지고 가지런하게 썰린 두툼한 돈까스 세 덩어리, 짭짤하면서 딱 세 덩이를 먹을 만큼의 양이 담겨 나오는 돈까스 소스, 양배추 샐러드 - 돈까스 사이드는 무조건 양배추 샐러드라고 생각한다 - , 적당한 밑반찬에, 알차게 담겨 나온 밥, 없으면 서운할까 봐 있는 국물 요리인 우동까지. 가츠시의 등심까스를 주문하면 나오는 음식들은, 거를 타선이 없게 각각이 다 맛있다. 그리고 이 알찬 구성이 단돈 7000원이다. 바뀌는 가게는 수없이 바뀌어나가는 건대 후문에서 몇 년이고 굳건히 서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야기만 들으면 저렴하고 맛이 괜찮은 대학가 후문 식당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진지하게, 여기보다 더 맛있게 돈까스를 튀겨내는 곳을 가 본 적이 없다. 잠실 같은 곳에서 만원이 넘는 돈까스를 먹어도 이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다.

 핸드폰 사진첩에는 가츠시 등심까스 사진이 20장쯤 있다. 그만큼 자주 간 가게이고, 그렇게 자주 갔지만 또 가고 싶은 가게이다. 정말 맛있는 돈까스를 먹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주중에는 식사가 힘들 수 있다. 길게 늘어선 공강 시간 대학생들의 벽에 가로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