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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음악

[트러스로드 커버 교체] 내 기타의 가장 못생긴 부분 교체기




 최근에 산 Epiphone ES-335 PRO는 내가 지금까지 손에 넣은 기타들 중 가장 예쁜 것이라 생각한다. "체리 레드"라고 명명된 빨간 색의 할로 바디 기타라면 예쁘지 않기가 힘들 것 같다. 기타의 전체적인 크기가 커서, 종종 못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에피폰의 큰 헤드도 조화롭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검정색 픽가드, 톤 노브, 그리고 빈티지한 색상의 헤드머신과 픽업 셀렉터까지. 외관으로는 몇백만원짜리 기타가 부럽지 않다. 하지만 이 기타도 못생긴 점을 꼽을 수는 있다. 개인적으로는 딱 한 군데 있다.



 그것은 바로 지나치게 직관적인 저 트러스로드 커버이다. 물론 400만원짜리 기타에도 저런 엄근진한 글씨체로 GIBSON이나, 필기체로 Dot 같은 글씨가 써져있는 걸 본 적이 있긴 한데, ES-335 PRO라고 저런 사무적인 글씨체로 떡하니 적혀있는 것이 너무 어색했다. 검색해보니, 트러스로드 커버는 간단하게 교체가 가능한 파츠였다. 트러스로드 커버도 간단한 플라스틱 판떼기에 불과하니까, 전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기타 러버 락을 구입했던 것처럼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런데 딱히 맘에 드는 디자인이 없었다. 그래서 눈을 이베이로 돌려봤다. 중국 셀러가 팔고 있는 물건이 있었다. 괜히 국적이 중국이라 그런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도 장사를 하고 있을 것 같은 셀러였다. 



 그냥 검정 판떼기만 달기에는 이왕 사는 것 예쁜 디자인의 커버를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고, 해골이나 십자가가 그려진 난해한 디자인의 커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검색하다 보니 검정 배경에 흰색의 에피폰 로고가 박힌 트러스로드 커버를 발견했다. 픽가드가 검정색이라서 흰색 배경에 검정 로고보다는 검정 배경에 흰색 로고가 더 통일성이 있을 것 같았다. 원래 에피폰을 좋아하기도 하고, 에피폰 로고가 예쁘기도 하고, 이 기타가 에피폰꺼니까 다른 걸 달기보다는 에피폰 로고를 다는게 맞을 것 같기도 하고, 여러 모로 괜찮을 것 같아서 주문 버튼을 눌렀다.

 중국 셀러의 물건이라서 배송 기간이 알리익스프레스와 비슷할지 알았는데, 실제로 도착하는데는 2주 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우편함에 소리소문없이 들어있는 알리익스프레스의 택배와는 다르게, 이베이에서 시킨 택배는 기사님이 초인종을 누르고 직접 전달해주셨다. 배송 옵션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일지 궁금했지만, 괜히 더 좋은 것처럼 느껴졌다.



 교체 과정은 정말 간단하다. 트러스로드 커버에 박혀있는 나사 세 개를 풀고, 새로 산 커버를 달아주기만 하면 된다. 분해하는 과정에서 에피폰의 마감도 썩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커버 아래에는 나무 톱밥같은 것이 눌러붙어 있었고, 나사를 푼 자국도 깔끔하지 못했다. 깁슨이 마감 불량으로 유명한데, 자회사인 에피폰 역시 어쩔 수 없는걸까...



 예쁜 에피폰 로고 트러스로드 커버를 올렸다. 나사는 최대한 수직으로 해서 원래 구멍에 맞게 넣었다. 나무는 목재니까, 한 번 손상이 가해지면 복구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못생긴 ES-335 PRO 오리지널 커버는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포장해서 서랍에 넣었다.



  바꾸고 난 모습이다. 예전 트러스로드 커버를 달고 있을때와 비교하면 훨씬 예뻐졌다. 기타가 한층 더 에피폰스러워졌다. 배송비 포함 만원 정도를 투자해서, 매일 보는 기타를 더 예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면, 꽤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