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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ETC

한 편의 영화같은 게임, INSIDE 리뷰



 과거 친구의 아이패드를 만지작거리다가 거기 깔려 있는 게임을 실행한 것을 계기로, 나온지 꽤 된 명작인 인디 게임 LIMBO를 해 보았다. 흑백 톤의 횡스크롤 게임, 한 줄의 텍스트 없이 오직 연출과 은유로 승부하는 게임. 정말 매력적인 인디 게임임에 틀림없었다. 완전히 클리어하고 난 뒤 LIMBO에 대한 모든 것을 인터넷에 검색하기 시작했다. 좋은 컨텐츠를 즐기고 나면 항상 이어지는 일종의 습관이다. 검색을 통해, LIMBO의 세계관에 대한 몇 가지 해석, 그리고 개발 중이던 후속작인 INSIDE에 대한 소식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안타깝게도 후속작은 트레일러만 나온 채, 발매 날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당시 LIMBO를 너무 인상깊게 즐겼기 때문에, 후속작이 나오면 꼭 발매 날짜에 사서 클리어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렇게 한참을 잊고 살다가, 우연히 스팀에서 이 게임을 보게 되었다. 그래픽이 LIMBO에 비해 훨씬 디테일했다. 스테이지 디자인과 플레이어 캐릭터의 모션이 예술적이었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LIMBO의 후속작을 사서 즐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INSIDE를 내 스팀 게임 목록에 추가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시대를 타지 않는 관용어이다. 전작인 LIMBO 대비 INSIDE의 그래픽은 큰 도약을 이뤄냈다. 추적추적 비 오는 질감의 야외, 그 속을 내달리는 소년과 추적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배경 속의 소소한 디테일까지. INSIDE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게임이 아닌, 만들어진 하나의 영상같은 시각 효과를 선사해줬다. 진일보한 디테일을 통해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전작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더 나아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흑백 화면에, 수수께끼 투성이인 트랩들을 돌파하던 전작에 비하면 INSIDE는 꽤 직관적인 수준의 전개와 실마리들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추측 가능한 세계관, 현재 상황, 구간마다 배치된 클리셰적 요소들을 통해, 적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전작과 달리 피지컬을 요하는 퍼즐이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퍼즐, 타이밍을 요하는 퍼즐 등이 그 예시이다. 실제 플레이 시간은 4시간보다 살짝 덜 되었지만, 중간중간 쉬어가야 할 정도로 피로했다. 불필요하게 죽어야 하는 장면도 전작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존재했다. 꼬마가 높은 곳에서 추락사하거나, 개에게 물어뜯겨 죽는 장면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굳이 죽음의 경험으로부터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트랩을 설정하고 싶었다면, 플레이어 대신에 NPC를 죽여서 트랩을 설명하는 방법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표 정도의 가격으로 영화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