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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음식

"낮덮밤술" 군자역 전통술집 "이당"에서 점심먹기

 전통주와 한국식 안주를 파는 군자역 술집 "이당"을 낮에 방문했다. "낮덮밤술"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낮에는 덮밥을 팔고 있었다. 분명 똑같은 인테리어의 가게이겠지만 낮에 방문했을 때 느낌은 사뭇 달랐다. 내부 인테리어들의 낮의 조명을 받고는, 한껏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것 같았다. '이런 소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물건들도 몇 보였다. 아무래도 밝으니까, 더 맑은 정신으로 가게를 더 둘러보고, 그래서 밤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메뉴판 역시 "이당"특유의 감성이 들어있었다. 메뉴들은 저녁에는 안주로 내놓는 것들을 덮밥 토핑 버전으로 조리해서 밥에 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새우, 명란, 연어, 닭볶음 등, 모두 밤에 안주로 시킬 수 있는 메뉴들이었기 때문이다. 연어를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먹어본 지 오래되어 연어덮밥을 주문했다. 여자친구는 불백덮밥을 주문했다.

 

연어덮밥 (8000원)

 맛있는 연어가 밥 위에 얹어져있고, 연어 주변에는 무채, 새싹채소, 무순, 생강절임 등이 올라가있었다. 덮밥인 동시에 연어 샐러드 보울을 먹는 듯 했다. 그만큼 느끼하지 않고 산뜻했다. 샐러드처럼 느껴지게 하는데는 실처럼 가는 무채가 한 몫 하는 것 같았다. 아삭아삭하고 신선한 맛이 연어의 느끼함을 완전히 잡아주었다. 요새 샐러드 위주로 식사를 바꾸려고 하면서, 풀만으로 밥상을 다채롭게 구성하는게 힘들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 요리를 보니, 이런 식으로 밥과 섞어서 야채를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백덮밥 (8000원)

  불백덮밥 역시 연어덮밥과 비슷한 구성이었다. 밑에 밥을 깔고, 그 위에는 버섯불고기를 깔고, 옆에는 푸릇한 채소와 쌈장이 놓여있었다. 정식을 한 그릇에 옮겨놓은 듯한 구성이었다. 고기 한 점에, 쌈장을 찍은 야채를 버무려 먹으면 마치 쌈밥을 먹는 것 처럼 먹을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듯 양도 넉넉해서, 한 그릇을 먹으니 배가 든든했다. 같이 나온 무국도 적당히 짭짤해서 맛있었고, 반찬도 조그맣게 담겨 나와서, 재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귀여운 디저트. 오렌지가 특히 맛있었다.

 밤의 술집에서 실망하지 않은 것처럼, 낮의 덮밥집에서도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다른 메뉴도 맛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다음에도 여유가 되면 찾아가서, 명란덮밥이나 새우장덮밥을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