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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전자제품

아이패드 프로 10.5 스페이스그레이 첫인상


 저번주 금요일에 주문, 처음 예상 배송일은 금요일로 찍혔는데 중국에서 출고되면서 목요일로 바뀌었고, 정확히 오늘 목요일에 드디어 주문했던 아이패드 프로가 도착했다. 

 아이팟 터치, 맥북에 이어서 구입한 세 번째 사과. 타블렛으로서는 넥서스 7 1세대 이후로 두 번째, 서피스 프로를 끼워넣는다면 세 번째로 사용해보는 제품이었다. 갑자기 구매하게 된 이유는, 13인치 맥북 프로 레티나의 묵직함 때문이었다. 들고 다니기에 버거운 무게는 아니지만, 들고 나갔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들어오기에는 아까운, 그런 무거운 무게를 가진 것이 나의 13인치 맥북 프로 레티나이다. 물론 스타벅스에 13인치 맥북 프로는 흔하고, 가끔 15인치도 보이기도 하지만, 난 1년이 넘는 기간 서피스를 사용했고, 그 무게에 익숙해져 있었다. 게다가 내 맥북에는 이것저것 주렁저렁 연결되어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 마스터키보드, HDMI로 연결된 모니터까지...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그것을 모조리 분리해서 들고 나가야 했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하나하나 연결해야 했다. 그런게 귀찮았다. 그래서 맥북을 데스크탑처럼 사용하고, 들고 다닐 수 있게 아이패드를 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패드 프로를 보면, 그냥 사고 싶다. 사야 할 이유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난 내부적인 합리화를 이미 끝마쳤다. 구매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팟 터치는 예전의 그 번쩍거리는, 기스가 잘 생기는 크롬 재질이었고, 맥북 프로는 실버를 가지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가 나의 첫번째 스페이스 그레이 애플 제품이 되었다. 이번 아이패드 프로의 여러 가지 컬러 중 스페이스 그레이가 압도적으로 인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면이 블랙인 유일한 컬러이고, 또 색깔 자체로 가장 예쁘다는 이유에서였다. 골드나 로즈골드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굳이 고르라면 특이한 로즈골드를 고르겠다. 실버는 애플 클래식의 느낌이 난다. 무난하다. 스페이스 그레이는 새 것 같은 느낌을 풍겼다. 세련된 색깔. 용기만 있다면 케이스를 씌우지 않고 이렇게 들고 다니고 싶었다. 물론 그러지는 못하지만...


 나의 빨간 텔레캐스터, 그리고 방학때 소일거리로 시작한 아르바이트 급여가 나의 새로운 장난감을 위해 내 손을 떠났다. 용량은 64기가로 했다. 10만원을 더해서 256기가를 살까 고민을 많이 했다. 램과 저장 용량은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다. 동의한다. 하지만 태블릿이라는 포지션은 내 생각엔 그렇게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몇십 편의 영화를 디바이스에 넣어놓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다. 설령 그래야 할 영상이 있더라도 맥북 프로에 넣으면 될 일이다. 게다가 태블릿으로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핸드폰처럼 용량이 계속 차오르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음악도 핸드폰의 몫이고, 타블렛으로는 인터넷 서핑, 유튜브 감상, 카페에서 글 쓰는 용도 정도의 역할이었다. 많은 용량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돈을 아껴서 나중에 악세사리나 사자, 하는 마음으로 64기가를 선택했다.

 

왜 맥북을 쓰냐고 물으면 친구는 항상 "레티나 디스플레이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뭐 이런 허세가 다 있나 싶었다. 화면이 그냥 다 똑같은거지. 그리고 하드웨어가 좋으면 좋은거지. 맥북은 뭐 다른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맥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서피스를 사용할 때였다. 서피스의 해상도는 2000대로 QHD였다. 문제는 그 하드웨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프트웨어가 윈도우 환경에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깨져나가는 픽셀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맥북의 화면은 달랐다. 그 뒤로 화면 때문에 애플 제품을 쓴다는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아이패드 프로를 보고, 애플 제품은 디스플레이다라는 생각이 한층 굳어졌다. 화면의 색감이 환상적이었고, 트루톤 덕분에 눈에 피로감도 굉장히 덜했다. 120Hz도 굉장히 좋았다. 144Hz 모니터를 써 본 적이 없다. 역체감때문에 한 번 쓰면 60Hz 모니터로는 게임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아이패드 프로의 120Hz 액정을 써 보니 그 역체감이란게 어떤것일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스크롤이 넘어가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은 디바이스라니, 애플 제품의 매력은 이런것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장 스피커의 성능도 아주 준수했다. 따로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 둥둥거리는 베이스음이 디바이스 기본 외장 스피커로 이렇게 잘 구현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제 주말에 집에서 빈둥거릴 때, 굳이 맥북을 켜지 않아도 아이패드로 음악을 틀어놔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케이스를 씌우면 너무 못생겨진다... 정품 케이스를 사자니 금전의 압박이... 애플 펜슬도 사야 하는데 정품 악세사리까지 사긴 버겁다. 심지어 스마트 커버에 호환되는 실리콘 백커버도 정식 출시되지 않은 상황... 슬리브 장사하려고 그렇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사실이면 애플은 돈독이 올라도 제대로 오른 모양... 서드파티 케이스는 마땅한것이 없다. 아직 출시 초기라서 그런거겠지...



 케이스와 합체하면 대략 이런 모양이 된다. 블루투스 키보드와 함께 카페에 가지고다니면서 이런저런 글을 쓸 수도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다만 임시적으로 쓰려고 싸게 구입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정품이 됬든 서드파티가 됬든 다른 모델로 넘어갈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정품 백커버가 나오면 스마트커버와 함께 쓸지, 아니면 서드파티 TPU 백커버를 구매하고, 접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거치대를 살지, 그런 고민중이다.


 아이패드 프로 10.5의 첫인상은 별 5개중 4개 반에 반의 반 더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일상에 녹여낼지, 이것이 일상의 어떤 부분에 도움을 줄지, 쓰면서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