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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ETC

광진구 자양동 골목 바버샵, "바버샵굿보이즈"

자양동 686-4 굿보이즈바버샵

 "굿보이즈바버샵"은 한국에서 다니게 된 두 번째 바버샵이다. 첫 번째는 이태원에 있는 프랜차이즈였는데, 그 때 이태원에서 마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 끝나고 가곤 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는 머리 자르러 이태원까지 가는게 너무 낭비같아서, 집 근처 바버샵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찾게 된 곳이 잠실대교 북단과 가까운 동네 골목에 위치한 "굿보이즈바버샵"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가본 몇 안되는 바버샵중에는 제일 내 머리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해주는 것 같아 꾸준히 다니고 있다.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이다. 구한 말 같다고 해야하나...

 바버샵에 오면 일단 인테리어부터 사람을 설레게 하는 구석이 있다. 유럽 이발소는 그냥 우리나라 동네 미용실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와서 보거나 가본 바버샵들은 모두 예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평범한 이발소는 아니다 보니 특색있는 디자인을 하게 된 것 같다. "굿보이즈바버샵"은 이국적이면서도 묘하게 한국적인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마치 오토바이에 태극기를 달고 달리는 수염 길고 머리 묶은 라이더를 보는 느낌이랄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커트 가격은 3만원, 부가세 별도이다. 커트 3만원이라는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항상 머리를 자르고 나면 싼 값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머리가 맘에 들기 때문에. 그리고 예약 시간인 한 시간을 넘는 시간을 머리를 깎는 데 몰두하는 바버님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중노동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한달 반쯤에 한번꼴로 다니고, 특별한 일이 있으면 좀 앞당겨서 가고, 별 일이 없으면 두 달 있다가 가곤 한다. 남들과 확실히 다른 스타일을 형성하는데 투자하기에는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군인, 경찰, 소방관 등은 할인도 해 주고 있다. 머리를 자르러 갈 때, 종종 장병이나 간부들을 볼 수 있었다. 부대에서 아무렇게나 바리깡으로 자르는것보다는 훨씬 보기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왼쪽은 런던에서 친구가 머리를 자른 곳. 런던 이발소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오른쪽은 내가 머리를 자른 곳이다. 파마 머리가 양털처럼 깎여나간 그 현장.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고민은 '어느 바버샵이 좋을까?'보다는 '바버샵에서 하는 머리가 내게 어울릴까?'일 것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내가 바버샵에 다니게 된 과정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한 달짜리 영국 여행의 1주차 중이었다. 현지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잘라보라고, 잘 어울릴 것 같다고, 같이 다니는 친구가 똑같은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20번 쯤 되니 듣기 지치기도 하고, 어차피 안 어울려도 여기는 모르는 사람들 뿐이고, 한국 가기 전까지 기르면 그만이라 상관없겠지, 생각하며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쇼디치의 저렴한 이발소에 들어가 "현지인처럼 잘라주세요." 라고 말했고, 내 풍성한 파마머리는 양털처럼 깎여나갔다. 그렇게 이마와 양 머리를 시원하게 드러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장두형이나 작은 머리만 어울린다는 그 헤어스타일이 내게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친구의 끈질김 덕에 알게 된 것이다. 한국에 돌아오니 머리가 길어져서 평소 다니던 미용실에 갔다. 단골 미용실의 디자이너는 내 머리를 보며 신기해하면서, 여기서는 기술이나 장비가 애매해서 똑같이 자르기는 힘들 것 같으니, 바버샵을 알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서울에 돌아가 바버샵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이태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태원 근처에 있는 바버샵 리뷰들을 뒤져보았다. 그것이 한국에서의 바버샵 인생의 시작이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가게 된 이태원 바버샵

 위에서 말했듯 내 두상은 장두형도 아니고, 작지도 않다. 하지만 바버샵에서 하는 머리가 잘 어울린다. 덥수룩한 파마머리보다 훨씬 깔끔하고, 남자다운 느낌이 나서 좋다. 드라이를 하고 포마드로 손질을 해야 하지만, 외모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30분쯤 되는 시간은 얼마든 투자할 수 있다. 굳이 머리를 세우지 않는 날이라도, 모자 핏이 예뻐서 좋다. 여러 모로 바버샵에서 할 수 있는 덕테일 헤어컷은 좋은 점이 많은 머리이다. 이런 괜찮은 헤어스타일을 '내 두상이랑은 안 어울릴거야.' 하는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외로 반대되는 두상인데 어울릴 수도 있고, 덕테일 헤어컷이 어울리기 힘든 두상이지만 실력있는 바버를 만나서 맞는 머리를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